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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야곱의 결혼(창29:1~30)

by 비앤피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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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야곱이 길을 떠나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러
2본즉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 세 떼가 누워 있으니 이는 목자들이 그 우물에서 양 떼에게 물을 먹임이라 큰 돌로 우물 아귀를 덮었다가
3모든 떼가 모이면 그들이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그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는 우물 아귀 그 자리에 다시 그 돌을 덮더라
4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 형제여 어디서 왔느냐 그들이 이르되 하란에서 왔노라
5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 그들이 이르되 아노라
6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가 평안하냐 이르되 평안하니라 그의  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느니라
7야곱이 이르되 가 아직 높은즉 가축모일 때가 아니니 양에게 물을 먹이고 가서 풀을 뜯게 하라
8그들이 이르되 우리가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떼가 다 모이고 목자들이 우물아귀에서 돌을 옮겨야 우리가 양에게 물을 먹이느니라
9야곱이 그들과 말하는 동안에 라헬이 그의 아버지의 양과 함께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더라
10야곱이 그의 외삼촌 라반  라헬과 그의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 우물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11그가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울며
12그에게 자기가 그의 아버지의 생질이요 리브가의 아들 됨을 말하였더니 라헬이 달려가서 그 아버지에게 알리매
13라반이 그의 생질 야곱의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그를 영접하여 안고 입맞추며 자기 집으로 인도하여 들이니 야곱이 자기의 모든 일을 라반에게 말하매
14라반이 이르되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 하였더라 야곱이 한 달을 그와 함께 거주하더니
15라반 야곱에게 이르되 네가 비록 내 생질이나 어찌 그저 내 일을 하겠느냐 네 품삯을 어떻게 할지 내게 말하라
16라반에게 두 이 있으니 언니의 이름 레아요 아우의 이름 라헬이라
17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18야곱 라헬을 더 사랑하므로 대답하되 내가 외삼촌의 작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섬기리이다
19라반이 이르되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께 있으라
20야곱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21야곱 라반에게 이르되 내 기한이 찼으니 내 아내를 내게 주소서 내가 그에게 들어가겠나이다
22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아 잔치하고
23저녁에 그의  레아 야곱에게로 데려가매 야곱이 그에게로 들어가니라
24라반이 또 그의 여종 실바를 그의  레아에게 시녀로 주었더라
25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26라반이 이르되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27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또 나를 칠 년 동안 섬길지니라
28야곱이 그대로 하여 그 칠 일을 채우매 라반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29라반이 또 그의 여종 빌하를 그의  라헬에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30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여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더라
(창29:1~30)

성경 본문 새기기

- 야곱이 여태껏 걸어온 삶의 길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야곱의 결혼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그림 감상하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라헬과 레아에 대한 단테의 환상", 1855, 종이에 수채, 35.2x31.4cm, 영국 런던 테이트 갤러리

- 그림은 본문의 어떤 부분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나요?

- 작가는 왜 자신의 이름을 그림의 제목에 넣었을까요?

미술작품에서 성경 본문 읽기

형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로 먼 길을 도망쳐 온 야곱은 먼저 양 떼에게 물을 먹이러 온 라헬을 우물가에서 만납니다. 그를 따라 라반에게로 간 야곱은 모든 일을 말하고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라반의 목축업을 도왔을 겁니다. 한 달이 지나자 라반이 야곱에게 삯을 지불하려는 계획을 말합니다. 그때 야곱은 처음 만났던 라헬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칠 년을 결혼을 위해 데릴사위 노릇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라반은 야곱을 속여 맏딸이었던 레아와 먼저 결혼하게 하고, 칠 년의 데릴사위 노릇을 더 요구합니다. 그 뒤에야 겨우 라헬과 야곱은 결혼을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라헬과 레아가 야곱에게 어떤 심상이었는지 본문의 행간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창세기 29장 17절에 따르면, 라헬은 용모가 아름다웠지만, 레아는 눈에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생김새보다 더 중요한 것은 18절에서 보듯 야곱이 처음 본 라헬이 더 사랑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라반의 입장에서 맏딸인 레아보다 동생인 라헬을 먼저 결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니 레아는 야곱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였다면, 라헬은 야곱에게 본능적 사랑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본문에서 야곱은 결국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야곱의 갈등에는 이미 걸어온 삶의 여정이 베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맏이의 권리를 차지해야 하겠다는 욕심과 형을 속였다는 죄책감이 그것이 아니겠는가요? 그것이 라헬을 향한 사랑과 레아를 향한 책임감과 견줄 수 있지 않겠는가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 본문을 그린 그림으로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활동한 로세티(1828~1882)의 그림을 감상해 볼 수 있습니다. 로세티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배경이 되는 미술사의 이야기를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파엘로(1483~1520)로 대표되는 16세기 르네상스 전성기에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시기에 화가들은 대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기보다는 이상화하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이런 전통은 매너리즘,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다양한 작용과 반작용을 거쳐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신고전주의로 이어졌습니다. 신고전주의 시대의 화가들은 안정된 구도와 붓질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묘사를 추구했지만, 현실적 묘사라기 보다는 이상화된 형태를 추구했습니다. 다비드(1748~1825)나 앵그르(1780~1867)를 그 대표적인 보기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신고전주의의 경향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제각각의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우선 프랑스에서는 제약된 주제를 극복하려는 경향으로 사실주의가 일어났습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려 애쓴 쿠르베(1819~1877)와 전원생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주는 밀레(1814~1875) 등의 그림을 대표적인 보기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이런 노력으로 신고전주의의 이상화에 대안을 제시하려 하였습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앞서 다룬 블레이크, 터너와 그에 앞선 컨스터블(1776~1837) 등이 주도한 낭만주의의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성과 질서를 우선 가치로 삼았던 신고전주의와는 달리 낭만주의는 상상과 정서, 개성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블레이크는 상상에서 비롯한 환상적 세계를 추구하였고, 컨스터블은 일상의 자연을 화폭에 담았으며, 터너는 그 자연의 역동성을 환상적 기법으로 그려냈습니다.

영국에서 낭만주의 경향과 더불어 나타난 신고전주의의 반향으로 이른바 "라파엘 전파"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고전주의 화풍의 모체가 되는 라파엘로 이전 시대를 추구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자처했습니다. 로세티와 밀레이(1829~1896) 등 몇몇 젊은 화가를 중심으로 시작한 이 운동의 핵심은 정밀한 풍경이나 낭만적이고 중세적인 환상의 세계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존-에버렛 밀레이, "오펠리야", 1852, 캔버스에 유채, 76.2x111.8cm, 영국 런던 테이트 갤러리

밀레이의 오펠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한 장면을 그렸는데, 오펠리아의 모습은 물론 꽃과 풀, 나무도 현실적으로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로세티의 경우 "라파엘 전파"('PRB'라는 약자와 더불어)를 시작하던 1848년에 보란 듯이 중세풍의 수태고지를 그렸습니다. 여기서 로세티는 중세의 거장들을 따라하기보다는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묘사하여 새로운 해석을 하려 애썼습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수태고지", 1849년 무렵, 목판에 붙인 캔버스에 유채, 72.6x41.9cm, 영국 런던 테이트 갤러리

물론 로세티가 의도했던 바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는 평가해볼 대목입니다. 어쨌거나 로세티는 이렇게 새로운 표현법을 추구하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후기로 가면 갈수록 자신의 주위에 있던 여성들, 아내였던 엘리자베스 싯달이나 제인 모리스, 등을 모델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우리가 감상하는 그림도 엘리자베스 싯달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로세티가 엘리자베스 싯달을 모델로 그린 작품 가운데 "성스러운 베아트리체"(1864~1870)가 유명합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성스러운 베아트리체", 1864-1870, 캔버스에 유채, 86.5x66cm, 영국 런던 테이트 갤러리

우리가 감상하는 그림에서도 우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는 라헬의 모습에서 엘리자베스 싯달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한 해 전에 스케치 한 엘리자베스 싯달의 모습을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엘리자베스 싯달", 1854, 연필 스케치, 28.5x24cm, 영국 케임브리지 프리츠 윌리엄 미술관

어쨌거나 우리는 이제 앞서 언급한 대로 본능적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야곱의 모습을 로세티의 그림이 잘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제목 "단테의 환상 : 라헬과 레아"나 라헬을 아내 엘리자베스 싯달로 그린 데서 보듯 로세티는 자신과 야곱을 동일시한 듯합니다. 그림 왼쪽 위에 있는 남성은 그러니까 야곱이자 로세티 자신일 겁니다. 라헬은 비교적 수동적인 자세로 우물을 응시합니다. 그러나 그 자세는 불편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레아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뒤에 있는 야곱과의 거리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야곱은 라헬을 향한 본능적 사랑을 밀어낸다고 여긴 것일까요? 반면에 레아는 적극적으로 꽃을 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세는 야곱을 매우 의식하는 듯합니다. 로세티는 야곱의 결혼 이야기를 형상화한 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하려 한것일까요? 야곱의 갈등과 로세티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서 갈등할 수 있고, 야곱처럼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자신의 속내를 스스로 감추려 하는 태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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