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인간의 해명이라고 볼 때, 인간의 절망을 해명한 작품, 인간의 부조리를 해명한 작품, 인간의 자기 상실을 해명한 작품 등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인간 구제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인간의 병에 대한 진단은 있지만,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처방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 치는 언덕>은 인간의 깊숙한 현실을 해명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구원의 문학, 소망의 문학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 나오미는 아름다운 소녀이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수업시간에는 창밖만 내다보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기가 목사의 딸이라는 것마저 말하기를 기피하는데, 이것은 뚜렷한 이유를 갖지 않은 불만족 때문입니다. 이 불만족은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영어 선택인 다케야마 데쓰야는 나오미의 무관심한 태도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남몰래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웁니다. 나오미도 그러한 사랑에 동요되는 감정을 느끼지만 분명하게 의식을 하지는 못합니다. 이에 다케야마는 나오미가 좀 더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 나오미의 친구인 교코의 오빠이며 다케야마의 친구이기도 한 스기하라 료이치는 나오미의 아름다움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습니다. 료이치는 어린아이다운 천진함과 솔직함이 있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여자관계가 복잡한 사림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나오미는 그에게 강하게 이끌리고 마침내는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나오미의 아버지 고스케는 료이치의 사람됨을 간파하고, 한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료이치와 결혼하려는 나오미를 설득하지만 나오미는 료이치와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달콤한 생활을 시작하지만 점차 료이치의 인간 됨됨이가 드러나면서 나오미는 실망과 좌절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는 료이치가 잘못을 뉘위칠 기회를 줍니다. 폐병에 걸린 로이치가 따뜻한 사랑에 의해 완치되면서 점차 그도 성실하고 긍정적인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랑'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료이치는 새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엿보인 가운데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로써 나오미는 료이치가 폐병에 걸리고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는 동안 그가 자기보다 훨씬 높은경지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에로스적 사랑이 아가폐적 사랑으로, 죄가 용서로 승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에는 다른 작가에게서 느낄 수 없는 용서와 사랑에 대한 그녀만의 시각이 담겨 있으며, 또한 이것은 그녀의 문학 세계를 탄생시킨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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