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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 작품평(3)

by 비앤피 2021.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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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라스꼴리니꼬프를 폭로하고, 밤은 어둠의 품속으로 그의 분신인 스비드리가일로프를 삼켜 버립니다. 신성한 어머니 - 대지를 모욕한 이 사람은 자기 내면 속에 있는 인간성을 죽이고, 미지의 우주적인 힘의 세력에 빠져 버립니다. 자살 직전, 생애의 마지막 밤에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인적이 드문 거리를 헤매고 다닙니다. 그의 내면에 구현된 "허무"의 영혼은 악천후의 반란 속에서 "운명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정신적인 카오스는 자연의 카오스와 결합됩니다. 이 무서운 밤에 대한 묘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신비한 리얼리즘'의 절정입니다.

저녁 10시까지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여러 싸구려 음식점과 타락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유흥ㅇ장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몹시 무덥고 암울한 밤이었다. 10시가 가까워지자 사방으로부터 엄청난 먹구름이 몰려와서, 천둥이 치며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한 방울씩이 아니라, 물줄기가 되어서 대지를 두드렸다. 번개가 1분 간격으로 번쩍였고, 한 번 번쩍일 때마다 다섯까지 셀 수 있을 정도였다.(735페이지)

자정이 되었을 때, 그는 빼쩨르부르그 구역의 한 더러운 목조호텔에 묵게 됩니다. 그러나 이 조그만 새장도 그를 미친 듯이 날뛰는 악천후로부터 구해 줄 수는 없습니다. 악천후는 계속해서 그를 추적합니다.

"이 창 아래에는 분명히 정원이 있을 거야" 그는 생각했다. "나무들이 바스락 소리를 낸다. 밤에 폭풍이 불 때 어둠 속에서 나무가 술렁대는 소리가 나는 너무 싫다. 오싹한 기분이 드니까!(744페이지)

비, 습기, 물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물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아. 풍경화에서 보는 것조차도 싫었으니까"(744페이지)

그리고 그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그로부터 받은 능욕 때문에 물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녀는 꽃에 둘러싸인 채 관 속에 누워 있습니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바람은 광포하게 그의 좁은 방으로 쳐들어왔고, 얼음장 같은 서리가 그의 얼굴과 셔츠 하나만 입은 가슴에 달라붙었다. ......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뚫고 대포 소리가 울렸다. 그 뒤를 따라 또 한 번 사격 소리가 울렸다.
"아, 경보로구나! 강물이 넘쳤나 보군" 그는 생각했다. (748페이지)

물에 빠져 자살한 소녀의 형상이 홍수처럼 그를 덮치며, 결국 물은 능욕한 자에게 복수를 가합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습기에 찬 안개가 젖은 나무들 사이에서 자살합니다.

우윳빛의 짙은 안개가 도시 위를 뒤덮고 있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소(소)네바 강을 향해 나무로 된 미끄럽고 더러운 포장도로 위를 걸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밤사이에 수면이 높아진 소네바 강의 물결, 빼뜨로프스끼 섬, 젖은 보도들, 젖은 풀, 젖은 나무와 관목들이 보이다가, 마침내는 관목 하나하나가 어른 거리기 시작했다. .......(752페이지)

그는 소방서의 망루 앞에 멈춰 서서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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