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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_ 줄거리

by 비앤피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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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7월의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법학을 전공하는 휴학생인 라스꼴리니꼬프는 러시아의 수도 빼쩨르부르그의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상한 사상에 경도되어 어떤 노파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에 골몰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살해 계획이 추악하고 비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선을 위해 악을 행하는 것을 그 스스로에게 허용합니다.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작은 점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의 삶은 바퀴벌레와 이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 없고,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하다고도 할 수 있어.
(101페이지)

그는 범행을 위해 노파의 전당포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선술집에 들르게 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창녀가 되어 버린 맏딸 소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주정 부리며 하고 있는, 알코올 중독자인 퇴역 관리 마르멜라도프를 만나게 됩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만취한 마르멜라도프를 부축하여 그의 집에 가게 되고 거기서 가난과 폐병, 알코올 중독으로 신음하는 가정의 참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다음 날 라스꼴리니꼬프는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두냐가 가정 교사로 일하고 있던 집의 가장인 스비드리가일로프로부터 음탕한 제안을 받고 억울하게 쫓겨난 사연과 우여곡절 끝에 루쥔이라는 신랑감을 만나게 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두냐는 변호사업에 종사하는 재산가인 루쥔이 법착도인 라스꼴리니꼬프의 장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 사실을 간파한 라스꼴리니꼬프는 두냐의 결혼을 통해 가난을 면하고 자신의 성공을 도모하는 것은 마르멜라도프의 가족이 소냐를 창녀로 만들어 연명해 나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 결혼을 결코 승낙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결혼을 막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어머니와 두냐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더욱 고뇌하게 됩니다. 상념에 젖어 거리를 헤매던 그는 센나야 광장에서 자신이 살해 대상으로 지목한 고리대금업자인 알료나 이바노브나의 유일한 여동생이자 동거인인 리자베따가 말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다음 날 저녁 7시경에 집을 비운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다음 날 신열에 들뜬 상태로 누워 있던 그는 저녁 7시가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자, 마치 누군가가 외부에서 그를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살인 준비를 착수합니다. 그는 도끼를 끼울 올가미를 만들고, 노파에게 보여 줄 가짜 전당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도끼도 우연히 경비실에서 발견합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노파의 아파트로 잠입해 들어가 노파를 살해하고 전당품과 돈 몇 푼을 훔입니다. 그러나 때마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리자베따를 본 순간 그녀마저 살해하게 됩니다. 그는 다시 우연과 요행의 도움으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범죄 현장에서 도망칩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린 그는 경찰서에서 소환장을 받습니다. 그는 자신의 범죄 사실이 발각된 것은 아닐까 걱정하지만, 경찰이 그를 소환한 이유는 그가 몇 개월째 방세를 내지 않자, 집주인이 그가 써준 차용 증서를 가지고 고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안도한 그는 용무를 마치고 경찰서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경찰들 사이에서 오가는 노파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졸도하고 맙니다. 이 일 때문에 그는 경찰서장과 부서장, 사무관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졸도에서 깨어난 그는 훔친 돈과 전당품들이 방 안 구석의 벽지 뒤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그것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나갑니다. 그러다가 그는 그 물건들을 어떤 집 마당 한구석에 박혀 있던 바위 밑에 숨겨 버립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미래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훔쳤던 물건들을 그렇게 쉽게 강에 던져 버리려 했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그는 라주미힌을 찾아가 번역거리를 받지만, 그것마저 내던져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열병을 앓기 시작합니다.

그는 라주미힌의 도움을 받아 병석에서 일어나지만, 언제 경찰이 그를 덮칠지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오히려 그 스스로가 불나방이 불꽃으로 뛰어들듯이 범죄 현장을 찾아가거나, 사건을 맡은 예심 판사 뽀르피리에게 가서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지 떠보기 조차 합니다. 라주미힌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그가 경찰로부터 의심을 받았다는 사실에 크게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신경이 예민해져 발병했다고 생각하지만, 예리한 관찰력을 가리고 있던 뽀르피리는 라스꼴리니꼬프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만일 잘못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논문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376페이지)

한편 마르멜라도프는 술에 취한 채 마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는데, 우연히 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라스꼴리니꼬프는 그의 임종을 도와줍니다. 이때 그는 소냐를 보게 됩니다. 소냐가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추도식에 와줄 것을 부탁합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이 그녀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그의 어머니와 두냐는 뤼진과의 결혼을 위해 빼쩨르부르그로 옵니다. 하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두냐의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결국 두냐는 루쥔과 오빠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루쥔마저 오빠와 관계를 단절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암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냐는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한 자리를 만들지만, 루쥔은 속물근성과 뻔뻔스러움만을 더욱 드러낼 뿐, 화해하려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루쥔의 본색을 철저히 파악한 두냐는 루쥔과 결별하게 됩니다. 이때 두냐를 처음 본 순간부터 깊이 연모하고 있던 라스꼴리니꼬프의 친구 라주미힌은 두냐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갈 꿈에 가슴이 부풉니다. 이에 반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살인자로서 자신이 이미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감을 가지고 소냐를 찾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깊은 신앙심으로 극복하고, 그가 살해한 리자베따와도 신앙적인 면에서 깊이 교제하고 있었던 소냐에게 찾아가 <나사로의 부활> 장면을 읽어 달라고 청하고, 그녀는 그를 위해 이를 낭송해 줍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소냐의 순수한 영혼에 마음이 끌리며, 다음에 만났을 때 누가 리자베따를 살인했는지 알려 주겠다고 말합니다.

한편 옆방에서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 마르파 빼뜨로브나가 죽은 후, 두냐를 다시 한 번 유혹하기 위해 빼쩨르부르그로 온 겁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선악의 개념을 뛰어넘은 그는 극도의 허무감 속을 헤매고 있는 공허한 인간입니다. 그는 "비범인이라면 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악도 행할 수 있다"는 사상을 지닌 라스꼴리니꼬프의 분신이기도 합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꼴리니꼬프를 보자마자 서로가 닮았음을 간파하고 친근감을 나타내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꼴리니꼬프가 소냐에게 범죄 사실을 고백하는 소리마저 엿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미끼로 두냐를 위협하여 그녀와 다시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하지만 두냐가 완강하게 거부하자,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완력으로든지 돈으로든지 두냐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두냐에게서 영혼의 마지막 구원처를 보았던 그는 깊이 절망하고, 결국 자살을 하고 맙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는 그가 더럽힌 대지에 속죄의 키스를 하고 경찰에 가서 자수할 것을 강권합니다.

라스꼴리니꼬프 : 나는 그때 알게 되었어, 소냐.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직 하나, 하나만이 필요한 거야. 용기를 내는 일만이 필요한 거야..... 어떻게 지금까지 이 불합리한 세상을 헤쳐 나가면서 꼬리를 붙잡아 던져 버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까, 그리고 애 지금도 그러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태양처럼 명백하게 떠오른 거야! 그래서 나는 내가 감행하고 싶었어. 그래서 죽였더. 나는 다만 감행하고 싶었던 거야.
소냐 : 그만두세요. 당신은 하느님에게서 떠났고, 하느님은 당신에게 벌을 내려 악마에게 내어 주신거예요.
라스꼴리니꼬프 : 맞아. 소냐 그건 내가 어둠 속에 누워 있을 때, 계속 떠오르던 생각들이 악마가 나를 혼란 스럽게 한 것은 아닐까?
소냐 : 그만두세요. 비웃지 말아요. 그건 신을 모독하는 일이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요.
라스꼴리니꼬프 : 악마가 나를 유혹한거야..... 나는 그 문제를 두고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나 자신과 논쟁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어.... 나는 영리한 사람으로서 그곳에 갔던 거야. 그러나 결국 그것이 나를 파멸시켰지..... 나는 그냥 죽였어. 나 자신,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죽인거야. ....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알겠어. ..... 아마 같은 길을 가게 되면 다시는 절대 살인을 하지는 않을 거야..
라스꼴리니꼬프 : 나는 다만 시험해보기 위해서 갔던거야...  나는 나 자신을 죽였어.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이지, 내가 아냐. .... 자,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말해줘
소냐 :  일어나세요. 지금 즉시 나가서, 네 거리에 서서 먼저 당신이 더럽힌 대지에 절을 하고 입을 맞추세요. 그다음 온 세상을 향해 저을 하고 소리를 내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내가 죽였습니다"라고... 그러면 하느님께서 또 다시 당신에게 생명을 보내주실 거예요. ...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속죄하세요. 
소냐 : 십자가를 가지고 계세요? 없지요. 없겠지요. 그럼 이 삼나무로 된 십자가를 받으세요.  ... 지금부터 우리 함께 고통을 짊어지러 가요.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요..

뽀르피리는 아무런 물증이 없지만 라스꼴리니꼬프가 범인이라는 깊은 심증을 지니고 그를 찾아와, 만약 자수한다면 사상 때문이 아니라 가난과 병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더군다나 칠장이 니꼴라이가 노파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마당에 그가 자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해줍니다. 자살이냐 자수냐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라스꼴리니꼬프는 결국 소냐의 격려를 받으며 경찰서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합니다. 

결국 뽀르피리는 약속대로 모든 정황을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라스꼴리니꼬프가 행했던 선행들도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그는 죄에 비해 가벼운 8년의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두냐와 라주미힌은 결혼을 하게 되고,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아내인 마르파 빼뜨로브나로부터 3천 루블도 물려받게 됩니다. 그 돈으로 그들은 시베리아에서 사업을 벌이기로 계획합니다. 한편, 라스꼴리니꼬프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정을 모른 채 혼자서 괴로워하다가 열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소냐는 계모인 까쩨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자,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서 받은 돈으로 이복 동생들의 양육 문제를 해결하고, 라스꼴리니꼬프를 따라 시베리아로 떠납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라스꼴리니꼬프는 유형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위대한 인물이 되지 못하고 범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만 스스로 자책할 뿐, 진정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소냐의 지극한 사랑과 그의 내면에서 속삭이는 양심의 소리 덕분에 어렴풋이 자신의 죄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고, 소냐가 준 성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부활한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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